Der arme Aschenbach
22.08.02[화] 본문
더 이상 이곳에서 살기 싫다. 계속 살면 익숙해질만도 한데, 이곳에 처음 왔을 때보다 더 싫어졌다.
슬금슬금 올라오는 하수구 냄새를 맡으며 씻어야 하는데, 도저히 못 견디겠다. 숨을 참으면서 머리를 말려야 한다. 룸메이트의 숭덩숭덩 빠지는 머리카락도 치우기 싫다. 맛대가리 없는 저녁도 더 이상 못 먹겠고, 그렇다고 저녁 대신 음식물 쓰레기 냄새 나는 매점에서 뭘 사 먹기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와이파이도 안 되는 학습실에 있는 것도 한계이다.
어제는 저녁을 먹다가 화가 났다. 나는 음식이 맛이 없어도 그냥 먹는 편인데, 몇 개월 동안 저녁마다 이딴 음식을 먹다 보니 이제는 못 먹겠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그 사람이 사 준, 맛없어서 안 먹고 룸베이스에 처박아 둔 견과류 믹스 두 봉지와 엄마가 챙겨준 에너지바 하나를 저녁 대신 먹어볼까 한다. 견과류는 한 봉지당 125kcal이고 에너지바는 249kcal이기 때문에 합치면 거의 500kcal. 살도 뺄 겸 딱 적당한 것 같다.
역시 선물을 서프라이즈로 주는 건 최악이다. 함부로 주면 안 된다.
예전에 그 애에게 눈이 아프다고 하니 뭔 약도 아니고 영양제도 아닌 걸 나한테 사줬다. 진짜 선물 받고 화난 적은 처음이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약이나 영양제를 선물로 주는 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두 알 먹고 버리긴 그래서 학습실 책상 위 선반에 처박아 뒀다.
그 사람한테는 견과류가 좋다고 했다. 나는 초코볼도 들어 있고 건포도도 조금씩 들어있는 견과류 믹스를 먹으면서 말한 거였는데, 그 사람은 진짜 견과류만 들어 있는 걸 사줬다. 그 사람 잘못은 아니다. 내가 피스타치오를 안 먹어봤다고 하니 한 번 먹어보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피스타치오가 들어 있는 걸로 골랐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맛있는 견과류 믹스가 아닌 진짜 건강식적인(?) 믹스를 주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견과류가 아니였다. 내가 견과류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정도도 괜찮게 먹을 수 있는 거지, 웬만한 사람들은 엄청 맛없어 했을 것이다. 가끔씩 아빠가 회사에서 가져와 차에서 챙겨주던 견과류 믹스나 가끔씩 급식에서 나오는 견과류 믹스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보니 손이 잘 안 갔다. 그래도 배고플때면 한 번씩 꺼내 먹었는데, 그 사람이 한 박스를 사줬던지라 아직도 20봉지 넘게 남아있는 걸 볼 때면 왜 이딴 걸 사줘서 골칫거리를 만들게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대로 골라서 사준 것이 너무 짜증난다. 오늘부터 저녁마다 2봉지씩 먹으면 3주 안에 먹을 수 있으니깐 이 좆같은 견과류 믹스를 빨리 없애버리고 집에서 맛있는 걸 챙겨와야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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