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arme Aschenbach
21.11.06[토] 본문
이제 마음을 굳혔다.
다음 주 금요일에 죽기로 했다.
죽기로 계획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어디 쪽으로 대학을 갈 거냐는 수학 선생님의 질문이 무의미해졌다.
고등학교 가장 친한 친구에게 그냥 반 친구로 남자고 했다.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두운 아파트 단지가 무섭지 않아졌다.
몸이 아파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귀 걱정 안 하고 노래를 크게 들을 수 있다.
눈 걱정 안 하고 밝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글을 쓸 수 있다.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을 안 하고 아무 옷이나 입을 수 있다.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뛰어오는 엄마가, 다른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도, 창피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못 드리고 무시했던 미술 선생님께 미안하지 않게 되었다.
어제 오빠와 전화를 했는데
오빠가 사라지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 속옷 세트를 3벌을 샀다.
근데 이제 오빠도 내 죽음을 막지 못한다.
오늘 산 속옷 세트는 동생에게 줄 것이다.
따뜻한 물을 먹고 싶어서 물을 데웠는데
따뜻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 먹었다.
다음 주에 다시 학교에 오는 약이
또 수면제가 아닐까 봐 걱정이 된다.
수면제를 한꺼번에 먹었는데도
죽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된다.
죽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그냥 조용히 죽고 싶은데
아무 피해가 없도록 죽고 싶은데
왜 그렇게 놔두지 못할까.
거울을 보면 눈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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