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arme Aschenbach
2025 - 9월&10월의 생각들 본문
9월
- 음악장르 이름에 '팝'이 들어가면 웬만하면 내 취향이 아니다. 예를 들어 '팝 펑크'나 '브릿팝'.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여자인지라 케이팝은 아무래도 좋긴 하다.
-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재밌는 불교 경전을 읽는 느낌이다. 재밌는데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재밌다.
- 로드무비, 법정영화는 내 취향이 아니다. 추락의 해부가 프랑스 영화라 그런지 뭔가 이방인의 재판 장면과 겹쳐보였다. 재판이라는 거 자체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사회과학이 더 혐오스러워졌다.
- 사랑의 운명 자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데, 나한테는 없을 것 같다. 드라마 '알고있지만'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10월
-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고) 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서로 마주보고 연극식 톤으로 "너 ~하잖아. 안 그래? 맞잖아!" 이런 느낌의 대화가 나오는 장면이 너무 좋다. 뭔가 상대의 마음을 묻는 느낌, 그래서 홍상수 영화도 좋은 것 같다.
- 처음에는 봉준호보다 박찬욱이 더 좋았는데 그 이유는 봉준호는 작품마다 완성도의 편차가 심하고 박찬욱은 보는 것마다 다 재밌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근데 이번에 생각이 바뀌었다. 박찬욱 영화는 그저 재미있고, 알차고, 잘 짜여져있는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봉준호 영화(잘 봤던)는 뭔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아서이다.
- 내가 진짜 "예술가"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예술 쪽에서도 다재다능해야하는 것 같다. 특정 음악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장르의 음악을 잘 해야하고, 음악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연기 같은 것도 잘 해야 진정한 아티스트로 느껴진다. 내가 그렇게 느낀 사람은 김기민과 백현진.
- 노트북이나 어바웃타임이 나에게 거부감을 들게 한 이유를 깨달았다. 너무 이상적인 내용이어서 그런 것 같다. 블루 발렌타인 같은 내용이 좋다.
- 노래 가사와 시는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추상적이면 좋겠다. 계속 곱씹게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은 상징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다 해도 상황과 묘사는 현실적이면 좋겠다. 카프카의 작품들을 읽으며 정리한 생각이다. 카프카의 글들은 너무 꿈 같은 내용이라, 꿈 같은 글을 읽을 바에는 그냥 자면서 꿈을 꾸는 게 낫다고 나의 뇌가 판단을 하는지, 단편 하나만 읽어도 졸음이 쏟아진다. 영화 수면의 과학도 그러했다. 빅피쉬와 파프리카도 환상적인 내용들이라 나에겐 지루했다.
- 허무주의: 내가 이렇게 공부한다고는 하지만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널렸는데 이게 무슨 소용인가? 허무주의를 논한 철학자와 작가들은 허무주의가 필요없을 만큼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친 위인이 되었다. 내 삶의 기준으로는 그것만으로도 허무주의를 느끼지 않아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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