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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arme Aschenbach

제법 웃긴, 남미새지만 자만추를 원하는 회피형 & mbti N 여자의 하루 본문

그냥 생각들

제법 웃긴, 남미새지만 자만추를 원하는 회피형 & mbti N 여자의 하루

드레스덴 2025. 9. 21. 22:47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일주일하고 3일이 지났다. 이번 이별로 나는 내가 절대 안 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여자들 사이에서 어떤 남미새 친구가 남자랑 헤어지고 다시는 연애 안 해! 하면서도 며칠 후에 새로운 남자를 만나고 있어서 비난하는 그런 밈? 있잖슴. 난 이걸 볼 때마다 헤어졌는데 왜 연애를 안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지 이해가 안 됐다. 아무리 이상한 행동이라도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하거나 그렇게 행동/생각한 의도를 파악하는 걸 잘하는데, 이 부분은 그냥 인간으로서?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됐다. 근데 내가 딱 며칠 전에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갑자기 스쳐지나간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더 연장된 생각으로는, 이대로는 결혼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렇게 더 완벽한 남자를 찾고 싶으면서도, 당장 남자가 필요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다가가기도 싫고, 억만추 하기도 싫어서 이번에 blockparty에서 어떤 인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다(이렇게 불쌍한 남미새는 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어제오늘 3명의 남자를 만날 수 있었고(사실 만났다기보다... 그냥 같은 공간에 물리적으로 가까이 존재할 수 있었다...?ㅜ) 그 와중에 이런저런 생각을 한 내가 웃겨서 글을 써본다.
 
[남자1]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표를 싸게 구한다고 세 시간이나 걸리는 표로 예매했다. 평소에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못 보는 두 시간 반 짜리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 세 시간이 딱 점심시간에 걸쳐 있어서, 양파가 듬뿍 올라간 빵을 가지고 탔다. 난 좀 웃긴게, 항상 기차를 탈 때마다 옆에 잘생긴 남자가 앉아서 나한테 말 걸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기대를 매번 했지만 그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번엔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잘생긴 남자가 앉으면 이 빵을 두유와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왜냐하면 냄새나고 게걸스러우니깐?). 김천/구미역에서 기차가 섰고, 예상대로 어떤 아줌마가 내 옆자리에 왔다. 역시나 하며 다시 영화를 보는데, 그 아줌마가 바리바리 싸들고 온 짐을 턱 하고 내려놓는데 그 행동이 너무 부산스러워서 그쪽을 바라보다가 앞에서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잘생겨서 바로 눈을 피해버렸다. 뭐, 저 남자는 어차피 여기 안 앉을테니까 하며 다시 영화를 보는데, 아줌마가 갑자기 바쁘게 다른 칸으로 가 버리시고, 그 남자가 앉았다. 오 대박, 했었는데 서울 도착할 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그냥 그 남자는 계속 게임을 했고(롤토체스 같았음. 그놈들의 롤토체스...) 나는 영화를 계속 봤다. 아까 눈 마주친 건 그냥 내 옆자리가 자기 자리인데 그 아줌마가 짐을 놔두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이럴 때마다 항상 마지막을 기대하는데, 그냥 그 남자는 서울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나가는 줄을 서기 위해 먼저 일어났다. 그때 든 생각은 배고프다 였다. 그 남자가 앉아서, 혹시나 해서 그 양파 가득 빵을 못 먹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빈 속으로 2시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남자2]
너무 배고파서 서울역에서 먹을까 했지만 역시나 언제나 사람이 많은 서울역. 마땅히 앉아서 먹을 곳이 없었고, 해방촌으로 가는 버스도 뒤늦게 오길래 그냥 버스 정류장에 서서 먹었다. 잘생긴 사람이 없어서 그냥 먹었다. 어찌저찌 다 먹고 버스를 타고 해방촌에 도착한 후 첫 번째 공연장의 뒤쪽에 서서 자리를 잡았다. 공연까지 20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왼쪽 앞에서 자꾸 내쪽으로 뒤돌아 쳐다보는 느낌이 있었다. 너무 자주 쳐다보는 것 같아서 눈 마주칠까봐 그쪽으로 한 번도 쳐다보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 나를 보기 위해서 뒤돌아본 건지 확실하진 않다 ㅋㅋ... 진짜 나한테 관심 있으면 공연 끝나고 말 걸겠지 하며(나는 항상 마지막을 기대한다고 했다) 공연을 관람했고, 공연이 끝나고 나는 다음 공연장으로 이동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 그리고 후덥지근하면서 뜨거운 분위기의 두 번째 공연장에 도착했다.
 
[-]
두번째 공연장에는 또래 남자가 많이 보였는데, 당연히 아무런 해프닝이 없었다. 그냥 진짜 락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 같았다. 그래서 나도(물론 원래 blockparty를 간 첫번째 이유는 당연히 락이다) 머리가 산발이 될 때까지, 땀범벅이 될 때까지 머리를 흔들고, 뛰고, 소리지르며 즐겼다. 이건 세번째 공연장에서까지 똑같았다.
 
[남자3]
저녁도 안 먹고 5시부터 12시까지 서서 몸을 흔드니,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너무 피곤했고, 어차피 내가 보고자 한 공연 뒤로는 공연하는 밴드가 몇 없어서 그냥 빨리 폭신한 PC방 의자에 앉아서 쉬고 싶었다. 서울역 근처 PC방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 어떤 남자가 내 오른쪽에 앉았다. 그때 빈 자리가 많았는데 하필 내 옆자리에 앉길래 또라이인가 싶어서 잠시 깨 있었다. 근데 보통 PC방 칸막이가 옆 자리 모니터 화면은 안 보이고 내 모니터가 반사되는데, 그 PC방은 칸막이 너머로 훤히 다 보였다. 그 칸막이 너머로 오른쪽 남자 모니터를 보니, 무궁화호 좌석을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 남자도 나와 같은 처지구나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잠시 잠에서 깼을 땐, 그 남자도 자고 있었다.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자고 있었다. 불편하겠다 싶었다. 나는 오른쪽 팔걸이에 팔꿈치를 댄 상태에서 턱을 괴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그러다 또 다시 눈을 떴는데, 깜짝 놀랐던 게 그 남자가 왼쪽 팔걸이에 나와 똑같은 자세로 자고 있었다. 즉, 서로의 머리가 존나게 가까웠다. 근데 그때 보인 시계랑 손이 예뻤다. 사실 얼핏 봤을 땐 걍 찐따처럼 보였는데 그 틈을 타 자세히 보니 신발도 멋진 거 신고 있었다. 근데 그 남자가 웃긴 게 내가 깨면 덩달아 깨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절대 내가 시끄럽게 한 게 아닌데도 그랬다. 더 웃긴 건 내가 화장실을 갔다 오면 그 남자도 갔다 왔다. 내가 폰을 보면 그 남자도 폰을 보기 시작했고, 내가 다시 눈을 붙이면 그 남자도 눈을 붙였다(내가 힐끔 봐서 앎..ㅋㅋ). 그래서 갑자기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역시나 대놓고 모르는 사람 얼굴을 잘 못 보는 나로서는 한 번 얼굴을 봐야겠다 싶었다. 기회를 엿보고 자고 있는 얼굴을 재빠르게 봤는데, 잘생겼었다. 못생겼으면 그냥 계속 쳐다봤을텐데 잘생겨서 조금밖에 못 봤다. 그 이후에 말을 걸어볼까 했는데, 그냥 나라는 사람은 이런 의도로 말을 거는 거 자체를 못하는 사람인 걸 (원래도 알았지만) 더욱 깨달아버렸다. 그냥 그렇게 말을 걸면 내가 한없이 가벼운 사람이 되는 것 같고, 그런 나를 못 받아들일 것 같다. 또, 말을 걸었다가 상대가 나에게 하나도 관심이 없다면?? 더욱 절망이고 실패이다. 그런 시도는 하고 싶지 않은 게 내 성격이다. 그래서 나는 또 마냥 기다렸다. 그러다가 내 기차 시간이 다가왔고, 내가 슬슬 짐을 챙기면 그 남자가 말을 걸까 하고 내심 기대를 했다. 어디까지 상상했냐면 그 남자가 따라 나오면서 같이 서울역 가는(ㅋㅋㅋ...) 것까지. 근데 진짜 내가 막 짐을 챙기고 일어날 때 그 남자가 계속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내가 일어서서 그 남자의 뒷통수를 봤을 때 그 남자가 내 자리쪽을 쳐다보는 것까지 보긴 했다(5시간 동안 옆자리에서 같이 잠을 잔 정 때문이라서 그런건지?).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고, 나는 혼자 그 추운 새벽에 서울역으로 쓸쓸하게 걸어서 갔다. 뛰쳐 나오면서 말을 거나? 싶었지만(나는 항상 마지막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런 건 영화에서나 있는 일이었다. 무궁화호니깐 첫차가 더 늦게 있을 것 같긴 했다.
 
새벽 기차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2시간동안 내 옆에 아무도 안 앉았다. 기숙사에 도착하고서는 계속 그 PC방 남자가 생각이 난다. 눈이라도 한 번 마주쳤다면, 아니면 내가 아무렇게라도 말을 걸었더라면(여기 의자 등받이 뒤로 안 젖혀지는 거 맞죠? 라고 물어볼까 했었지만 개씹테토녀 독립적인 나는 혼자 해결했다) 서로 인스타 교환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서 말이다. 아니면 내가 진짜 그렇게 매력 없는 페이스인가 싶기도 하다. 말을 걸어볼 정도까지는 아닌 정도의 외모.
 
오늘 어바웃타임을 처음 봤는데 진짜 시간을 되돌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인공 팀은 개찐따임에도 말을 저렇게 잘 거는데 나는 왜이렇게 용기를 못 낼까 싶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용기를 못 내고 계속 후회할거면, 그냥 앞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인연 말고는 기대도 하지 말고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당분간 사랑에 관한 영화를 보며 다양한 종류의 사랑에 대해 알아가보긴 할 것이다.